브루탈리즘의 매력에 대하여

거친 콘크리트의 미학

브루탈리즘의 매력에 대하여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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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브루탈리즘의 탄생 배경
02. 브루탈리즘의 핵심 요소
03. 오늘날의 브루탈리즘
04. 브루탈리즘 건축 공간의 인테리어 팁
(1) 조형적인 가구 활용하기
(2) 자연 소재의 따뜻함으로 균형 찾기


브루탈리즘은 약 1950년대 유럽에서 탄생한 건축 양식으로, 재료를 그대로 드러내는 노출 콘크리트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한 그 시절의 브루탈리즘 건축은, 오늘날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왜 지금 사람들은 다시 브루탈리즘에 끌리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브루탈리즘의 탄생 배경부터 현재의 흐름, 그리고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짚어보려 합니다. 투박하지만 솔직한, 그리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이 스타일이 공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세요.




01. 브루탈리즘의 탄생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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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솔직한 콘크리트의 미학, ‘브루탈리즘(Brutalism)’은 전후 시대의 현실과 정신을 반영한 철학적 움직임에서 출발합니다. 이 양식은 1950년대 유럽에서 시작되어, 도시 재건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실용적 해답이자, 건축가들의 이상주의적 실험의 결과물로 탄생했습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이름은 영어권으로 건너가며 영단어 ‘brutal(야만적인, 거친)’에서 유래했다고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어 ‘béton brut’, 즉 ‘날 것 그대로의 콘크리트라는 의미의 ‘베통 브뤼’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 용어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을 설명하며 사용한 표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이 건물에서 콘크리트를 다듬지 않고 거푸집 자국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을 통해 ‘재료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런 철학은 이후 건축계에 ‘정직한 재료’, ‘군더더기 없는 구조’를 지향하는 새로운 흐름을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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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은 시대의 필요에서 비롯된 건축적 해결책이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각국은 황폐해진 도시를 신속히 복구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효율적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건축 방식이 절실했습니다.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낸 건물은 시공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며, 장식을 생략한 실용적 구조는 당시의 사회적·경제적 요구에 부합했습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스미슨(Smithsons) 부부를 중심으로 한 젊은 건축가 그룹이 ‘뉴 브루탈리즘(New Brutalism)’이라는 이름으로 건축 운동을 이끌며, 다양한 공동주택, 학교, 공공건물을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브루탈리즘은 일시적인 퇴조를 겪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콘크리트 건물들은 낡고 어두운 이미지로 인식되었고, 개인의 삶과 감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집단주의의 유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날 것’의 미학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본질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인공적인 아름다움보다 솔직한 재료감에 끌리는 취향이 새로운 브루탈리즘의 부활을 이끄는 셈입니다.




02. 브루탈리즘의 핵심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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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 브루탈리즘의 전부는 아닙니다. 이 양식은 재료, 구조, 형태, 철학 등 건축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에 정직함과 순수함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장식 없는 솔직한 표현, 기능을 우선시한 구조, 본질을 드러내는 방식. 바로 이 점이 브루탈리즘을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하나의 태도로 만들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는 그 중심에 있는 재료입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마르세유 유니떼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을 완성할 때, 콘크리트를 단순히 시공 재료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거푸집 자국과 재료의 표면을 그대로 드러내며 건축의 ‘정직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를테면 목재 거푸집의 결이 콘크리트 표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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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접근은 재료뿐 아니라 구조에도 적용됩니다. 브루탈리즘 건물은 힘의 흐름이 눈에 보이도록 설계됩니다. 예를 들어, 마르세유 유니떼 다비타시옹에서는 상부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이 역사다리꼴의 형상으로 시각적으로도 ‘무게를 받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건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죠. 그래서 브루탈리즘은 '정직한 건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학교는 학교답게, 주거는 주거답게, 공연장은 공연장답게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 건축에 그대로 반영되었죠. ‘형태는 언제나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모더니즘의 기본 철학은 브루탈리즘 안에서 더욱 뚜렷하게 구체화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루탈리즘은 재료, 구조, 형태의 거친 물성 속에 '건축은 무엇을 드러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다시 브루탈리즘을 주목하는 것도, 그저 스타일의 유행이라기보다는 건축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탐구로 볼 수 있겠죠.




03. 오늘날의 브루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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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투박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브루탈리즘이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그 고유의 정직함과 강렬한 개성 때문일 것입니다. 장식 없이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은 오히려 현대의 미니멀리즘, 실용주의적 미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로 가득한 시대에 브루탈리즘의 물성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전해줍니다. 과거에는 기능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도시 재건에 쓰이던 건축 양식이었지만, 지금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는 수단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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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는 브루탈리즘을 디자인 정체성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서울에도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최신 문화·라이프스타일 공간에서 이러한 경향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외벽은 마감되지 않은 콘크리트 골조로 이루어져 있어, 언뜻 보기에는 건물이 미완성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의도적으로 장식을 배제하고 구조 그 자체를 드러낸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서면 조명, 음향, 질서 있는 공간 배치가 어우러져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이 섬세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콘크리트와 유리,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여 기능적인 용도를 넘어선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정체성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오늘날의 브루탈리즘은 과거의 ‘기능 우선’ 방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를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거칠고 직선적인 미감을 통해 정체성과 철학을 드러내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현대 브루탈리즘은 그래서 더 이상 ‘재건의 건축’이 아니라, ‘표현의 건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04. 브루탈리즘 건축 공간의 인테리어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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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 양식의 공간은 자칫하면 차갑고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거친 콘크리트 벽, 노출된 구조물, 꾸밈없는 마감은 매력적인 동시에 접근이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브루탈리즘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성을 집 안에 세련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브루탈리즘이 추구하는 핵심인 ‘정직함’을 공간 속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1) 조형적인 가구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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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에서는 조형미 있는 가구가 공간의 조용한 주인공이 됩니다. 군더더기 없이 직선과 볼륨감이 강조된 소파나 테이블, 무광 블랙 프레임의 조명 등은 공간의 질서를 만들어줍니다. 특히 콘크리트나 석재 느낌이 나는 로우 테이블, 두꺼운 볼륨의 암체어, 매스감이 느껴지는 아트 오브제들은 브루탈리즘 인테리어에서 자주 쓰이는 키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가구가 모두 묵직하고 직선적이면 자칫 답답할 수 있으니, 곡선의 라인을 가진 디테일로 유연함을 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자연 소재의 따뜻함으로 균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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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이 차가운 미학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연 소재와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원목 가구나 러그, 식물, 가죽 소품 등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따뜻한 브라운 톤의 월넛 가구나 텍스처가 살아있는 천연 패브릭은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과 잘 어우러집니다. 자연은 브루탈리즘을 보다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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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은 전후 복구의 필요에서 시작된 실용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이자, 숨김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존재 자체를 강조한 철학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거푸집 자국이 남은 콘크리트부터, 오늘날 브랜드의 정신을 담아낸 실험적인 공간까지, 브루탈리즘은 시대마다 다른 옷을 입고 돌아왔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라는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기억해 두면 좋을 사실은, 브루탈리즘은 단지 트렌드로 소비되고 끝날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대의 필요와 철학, 그리고 표현의 진정성이 담긴 양식이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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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컨텐츠 중 브루탈리즘의 탄생 배경과 핵심요소는 <견진현. (2023). 마르세이유 집합주택에 나타난 르 꼬르뷔제의 브루탈리즘적 건축 특성에 관한 고찰. 프랑스 문화 연구, 57(1), 1-18.>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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