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이용한 건축적 공간과 감각적, 환경적 효과
[목차]
01. 수공간, 건축적 요소로서의 물
02. 도시에서의 수공간
03. 시적 건축 언어로서의 수공간
04. 일상 공간에서의 수공간
05. 여름, 물, 그리고 건축적 감각
태양이 작열하고 도시의 열기가 번져가는 한여름, 우리는 본능적으로 시원함을 찾습니다. 이때 건축의 해답은 바로 ‘물’을 활용한 공간, 수공간입니다. 물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감각을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수공간이 어떻게 도시와 일상에서 감성적·환경적으로 작동하며, 여름이라는 계절을 새로운 감각으로 맞이하게 하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01. 수공간, 건축적 요소로서의 물
수공간은 물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물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시각, 청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적인 장치인데요. 조용히 일렁이는 수면, 물방울의 리듬감 있는 낙하, 피부에 닿는 습기 어린 공기는 사람의 감정에 부드럽게 가 닿습니다. 고요한 연못은 사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폭포나 분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물의 깊이, 움직임, 소리가 결합해 단순한 조형적 효과를 넘어 공간에 시간의 흐름과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특히 여름철 수공간은 자연스러운 냉각 장치로 작용합니다. 물의 증발은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조절하여 쾌적한 환경을 만듭니다. 수면에 반사되는 빛은 공간을 부드럽게 밝히고, 물소리는 도시의 소음을 덜어주는 자연스러운 배경음이 됩니다. 이처럼 물은 존재만으로도 공간의 밀도를 조절하며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킵니다.
02. 도시에서의 수공간
도시 속 수공간은 단순한 조경 요소를 넘어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적 장소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강과 청계천, 뉴욕 센트럴파크의 호수, 도쿄의 메구로강은 도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점이 됩니다. 도시민들은 물을 가까이 두고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고, 또 소풍을 나오기도 하는데요.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변화하는 도심 속 수공간들은 개인의 휴식처이자 공동체 만남의 장소로 작동합니다.
분수는 인공적인 구조물이지만,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극적인 수공간 중 하나입니다. 대형 광장에 자리한 분수는 그 자체로 예술적 조형물인 동시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도시의 중심이 됩니다. 밤이 되면 조명과 어우러져 도시의 야경을 완성하는 시각적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분수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며, 그 주변에 형성된 광장은 사람들의 일상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03. 시적 건축 언어로서의 수공간
수공간은 때때로 말없이 공간을 이야기합니다. 건축가들은 수면의 반사와 흐름을 통해 공간에 리듬을 부여하고, 시선을 확장하며 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건축물의 형태가 수면 위에 투영될 때, 실체와 반영 사이에 독특한 공간적 긴장감이 형성되며 사람들은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현대 건축에서도 수공간은 중요한 시적 장치로 활용됩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는 얕은 수면이 건축을 마치 떠 있는 듯 보이게 하며, 공간 간의 경계를 흐려 명상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또한 뉴욕의 9·11 메모리얼에 조성된 리플렉팅 풀은 물의 순환을 통해 상실과 기억, 그리고 재생이라는 감정을 조용히 환기합니다. 끝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부재의 슬픔을 표현함과 동시에 생명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처럼 수공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감정을 일으키고 건축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깊게 전달하는 장치가 됩니다.
04. 일상 공간에서의 수공간
커다란 건축에만 수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페나 상점과 같은 실내 공간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수공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비나 아트리움에 설치된 실내 분수, 벽면을 따라 흐르는 수막은 실내에 자연의 흐름을 들이며 머무는 이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상업 공간에서 수공간은 고객 경험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로 쓰입니다. 예를 들어, 호텔 로비의 수족관은 시선을 끌고, 고급 레스토랑의 실내 폭포는 식사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킵니다. 쇼핑몰 중정의 분수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자,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도 이바지합니다.
숙박업계에서는 수공간의 잠재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객실 내 욕조에서 바라보는 바다, 전용 풀빌라의 인피니티 풀, 노천탕이 있는 온천 리조트 등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감각적 치유를 경험하는 공간이 됩니다. 물에 대한 경험을 통해 투숙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하고, 눈으로만 즐기는 장식을 넘어 진정한 '쉼'을 완성합니다.
05. 여름, 물, 그리고 건축적 감각
여름철 수공간은 실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물의 증발은 온도를 낮추고 공기를 식히며, 바람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이러한 효과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또한 물결의 움직임, 반짝이는 수면, 빛의 반사는 시각적인 청량감을 극대화합니다. 물은 공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고, 머무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무더운 여름에 물가로 향하는 이유는 단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공간의 감각을 새롭게 경험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물이 있는 건축은 그 움직임에 조용히 응답하며, 일상의 풍경을 조금 더 깊고 시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번 여름, 물이 머무는 건축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 해당 컨텐츠 중 수공간의 정의와 특징에 대한 내용은 <조능혜 and 이재규. (2022). 바이오필릭 디자인에 의한 수공간의 공간구조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17(5), 145-156.>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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