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드 인테리어를 활용하는 방법
[목차]
01. 보이드(Void)란?
02. 보이드의 계보: 고대 로마부터 현대 건축까지
03. 보이드가 만드는 공간의 기능 3가지
04. 보이드를 활용하는 인테리어 팁
보이드(Void)는 수직으로 열린 여백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건축적 장치입니다. 고대 로마부터 현대 도시 속 미술관과 복층 주택까지, 보이드는 시대와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해서 건축의 중심적 장치로 존재해 왔습니다. 오늘날 밀도가 높은 도시 환경에서 보이드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층고가 높은 집’의 개념을 넘어, 자연광, 개방감, 환경 효율성처럼 실질적인 기능을 제공하며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보이드의 개념과 변천사를 살펴보고, 보이드가 만들어내는 공간적 기능, 그리고 인테리어에서 보이드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팁까지 다양하게 다루고자 합니다.
01. 보이드(Void)란?
보이드(Void)는 사전적으로 ‘비어 있음’을 뜻하지만, 건축에서 보이드는 그저 ‘빈 공간’이 아닙니다. 빛, 바람, 비와 같은 자연 요소를 건축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된 ‘열린 공간’을 의미합니다.
건축가는 건물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채우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디자인으로 바라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이드는 수평적, 수직적 구조물에 막히지 않은 탁 트인 오픈 스페이스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공간은 주로 사람들의 동선이 모이거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되는 지점에 배치되는데요. 건물 안쪽에 하늘이 보이는 중정의 구조, 관공서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높고 넓게 열린 로비, 주택에서 1층과 2층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층 구조의 오픈 거실 등을 보이드의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에 여백을 만들어주는 보이드는 시각적, 심리적으로 여유를 주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흐르도록 도우며, 요소와 요소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국 보이드는 ‘아무것도 없는 비어 있는 곳’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과 건축을 연결하고, 공간의 분위기와 흐름을 조절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아주 적극적이고 중요한 건축적 비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2. 보이드의 계보
보이드(Void)는 시대마다 ‘비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는 건축적 장치로 발전해 왔습니다. 보이드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건축이 비움을 통해 어떻게 자연과 인간, 도시를 연결해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이드의 초기 형태는 고대 건축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120년경에 지어진 로마의 판테온(Pantheon)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판테온의 정면은 도시를 향해 크게 열려 있어 방문자가 신전의 경계에 들어섰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돔 천장 중앙에 뚫린 지름 9m의 오쿨루스(Oculus)는 건축의 하이라이트로, 하늘과 내부 공간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며 인간과 신의 경계를 흐리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이처럼 판테온의 보이드는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중간 지대를 마련해주었던 것이죠.
중세 시대에 들어서 보이드는 중정과 같은 형태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중정은 내부에 햇빛과 바람을 들여 건물의 환경을 조절하는 실용적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외관의 개성을 드러내는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의 보이드는 로비나 아트리움처럼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공공 공간의 중심 요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밀도와 폐쇄성이 높은 도심 사이에 여유로운 시선과 호흡을 부여하며 도시의 풍경과 정서를 새롭게 그리는 것이죠. 결국 보이드는 시대에 따라 종교적 상징성, 환경 조절, 도시적 소통, 예술적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03. 보이드가 만드는 공간의 기능 3가지
보이드(Void)는 비어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이어주고, 사용자에게 여유를 제공하며, 건물의 환경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매우 똑똑한 장치입니다.
우선 보이드는 공간과 공간을 매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서로 다른 분위기나 목적을 가진 공간들이 보이드라는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미술관의 전시실들이 로비에서 연결되고, 다양한 시설들이 광장에서 교차하는 것과 같은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보이드는 건물의 중심을 인지하게 하는 장소로 작용합니다. 넓고 높게 열린 공간에 들어서면 ‘지금 중요한 지점에 왔구나’ 하는 감각을 느끼게 되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동선을 선택합니다.
또한 보이드는 개방감을 통해 시각적 흐름을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탁 트인 구조는 건물 내부를 한눈에 조망하게 하고, 각 층과 공간의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이어주어 건물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연결감 덕분에 도서관이나 공공건축에서는 여러 층의 기능을 보이드를 중심으로 통합시키며 동선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보이드는 공공성과 사적 영역을 조절하는 장치로도 작동합니다. 관공서나 도서관처럼 개방성을 중시하는 장소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티의 장이 되며, 주택에서는 가족을 위한 프라이빗한 휴식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이드는 환경을 조절하는 완충 공간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보이드가 외부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결되면 자연광과 바람이 유입되고, 밀폐된 공간보다 환기와 일조량이 뛰어나 건물의 환경 성능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건축학 연구에 따르면 개방형 보이드는 자연채광과 환기 성능을 약 25% 이상 높입니다.
04. 보이드를 활용하는 인테리어 팁
최근 신축 주거 설계에서 보이드는 복층형 펜트하우스나 오피스텔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지 공간을 비워 시원한 개방감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단열 성능이 우수한 창호 등을 함께 사용하면 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이며 효율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드는 특히 집의 중심부에 놓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거실과 주방이 가로로 열려 있고, 높은 층고로 시원하게 뚫린 보이드가 실내 중정처럼 느껴지는 집은 자연스럽게 가족의 시선과 소리가 오가며 소통이 활발합니다.
이처럼 보이드 아래의 공간은 자연광이 가장 풍부하고 개방감이 크므로 거실, 라운지, 다이닝 같은 공용 공간을 배치하기에 적합합니다. 반대로 드레스룸이나 서재 같은 사적 영역은 보이드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죠. 보이드는 그 자체로 시각적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가구는 보이드의 조형성을 해치지 않도록 심플하게 구성해보세요. 시각적으로 덜 답답한 오픈형 선반을 배치하거나 라인이 강조되는 펜던트 조명, 플로어 조명을 사용하면 보이드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보이드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 같지만, 실제로는 건축의 철학과 기술, 그리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고대의 신전에서부터 현대의 주거와 공공시설까지, 보이드는 늘 빛과 공기, 사람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건축이 지향해야 할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오늘날의 주거 공간에서 보이드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이드는 집 안에 채광을 끌어들이고, 수직으로 확장된 개방감을 제공하며, 가족 간 소통과 공간의 흐름을 새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이드를 이해한다는 것은 ‘좋은 공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일 겁니다.
※ 해당 컨텐츠 중 보이드의 개념과 역사, 기능에 대한 내용은 노블레스 매거진과 디자인정글, <이동기. (2010). 현대주거의 기하조작에 의한 보이드 공간의 생성과 친환경적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주거학회논문집, 21(6), 131-141.>를 참고하였습니다.
※ 해당 컨텐츠 중 보이드 인테리어 tip에 대한 내용은 아정당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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